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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소네트 #18

셰익스피어 소네트 #18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요.

Jun 7, 2025

ShakespeareSonnet

Sonnet 18

William Shakespeare

원문
1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2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3
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
4
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
5
And 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
6
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ed
7
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 declines,
8
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trimmed;
9
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
10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11
Nor shall Death brag thou wander'st in his shade,
12
When in eternal lines to time thou grow'st:
13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14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번역
1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요.
2
그대는 더 사랑스럽고 온화합니다.
3
(여름의) 거친 바람은 5월의 귀한 꽃망울을 흔들고,
4
여름이 빌려온 시간은 너무나도 짧습니다.
5
때로 천국의 눈(태양)은 너무 뜨겁게 내리쬐고,
6
그 금빛 얼굴은 종종 흐려지기도 하지요.
7
그리고 모든 아름다움은 언젠가는 시들기 마련입니다.
8
우연히든,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 때문이든 말이죠.
9
하지만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흐리지 않으리니,
10
그대가 소유한 아름다움 또한 잃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11
죽음조차도 그대를 죽음의 그늘 안에서 방황하게 했다고 자랑하지 못하리니,
12
그대는 영원한 시의 행 속에서 시간과 함께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13
사람들이 숨 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한
14
이 시는 살아남아, 그대에게 생명을 줄 것입니다.

번역본들을 읽고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번역을 해보고 나서야 기존 번역이 얼마나 훌륭했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특히 피천득 시인의 번역은 역시 시인의 번역답게 단어나 어미 선택이 몹시 아름답다는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소네트의 구조적 반전이라던가 압운(Rhyme)의 아름다움과 같은 형식적인 요소, 헌정 대상이 귀족 남성이었다는 외부적 사실 등에 대해서는 잠시 잊어두고, 여름의 너무나도 화창한 한 날을 보내고 읽은 이 소네트는 비유들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셰익스피어는 여름은 짧다고 말하는 대신 여름이 빌린 기간이 짧다고 말한다. 여름은 누구한테 기간을 빌린 것일까? 물론 시간이다. 매년, 여름은 약 3개월의 기간을 시간으로부터 빌린다.

그 기간 동안 여름은 처음엔 봄의 기세에 눌려있는다. 그러다가 비로소 5월의 귀한 꽃망울을 흔들기도 하면서 사랑스럽고 화창한 아름다운 여름의 날이 찾아온다. 1년 내내 흐리고 침침한 영국 기후에서 여름의 화창한 날들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여름이 빌린 기간이 너무 짧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여름이 오면 곧 천국의 눈(태양)은 너무 뜨겁게 내리쬔다. 그러는가 하면 종종 그 황금빛 안색을 흐려 비를 내린다. 분명 여름은 영국인들에게도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완벽하진 않을지언정 셰익스피어는 그 여름이 시간으로부터 빌려온 가장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 어쩌면 매우 짧은 그 순간, 1년에서 가장 밝고 따스한 그 날을 상상하며 '그대'를 비교한다. 우리 모두는 시간으로부터 인생이라는 기간을 빌린다. 처음은 엉성하고, 나이가 어느정도 들고부턴 힘을 잃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시기에 맞게 가장 빛나고 화창한 날들을 보낸다.

셰익스피어는 '그대'를, 여름이 시간으로부터 빌려온 가장 밝고 따스한 그 날과 비교하며 자신에게 '그대'가 인생에서 가장 밝고 따스한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 감동을 준다고 한다. 아니, 그 이상이다. 그대는 '더' 사랑스럽고 온화하다.

셰익스피어는 도저히 언어로는 담기 어려울 것 같은 이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언어로 담는것을 넘어, 시간을 초월해 박제했다. 그는 400년이 지나도 회자될 이 시를 짓고, 사람들이 숨 쉬고 눈으로 보는 한 이 시를 읽을 것이고 시 속에 살아있는 당신의 아름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예술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람마다 답이 다를 것이다. 사실 하나의 정해진 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 중 하나는 영영 간직하고 싶은 순간의 포착이다. 왜냐하면 모든 아름다움은 언젠가는 시들기 때문이다-우연히든,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 때문이든 말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목적을 14줄로 달성하는 기적을 보여준다. 이게 예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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