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베스의 대사들
기억하고 싶은 맥베스의 대사들
Jul 4, 2025
모순과 역설로 가득 찬 세상에서의 야망과 그 허망함을 보여주는 맥베스는 모호하지만 그렇기에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절묘하게 포착한 인상적인 대사들로 가득찬 작품이다. 특히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방백들은 이들의 양심과 타락, 허망함을 강렬하게 보여주어 아주 인상적이었다.
맥베스를 재차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인상적인 문장들을 여기 기록해둔다.
제 1막
Fair is foul, and foul is fair.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
맥베스는 세상의 모든 것이 가변적이고 양면적이라는 진리를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녀들이 1막 1장에서 하는 이 대사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대사가 아닐까.
So foul and fair a day I have not seen.
이렇게 궂으면서도 아름다운 날은 처음 보는군.
마찬가지로 세상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대사다. 이후 뱅쿠오가 마녀들을 가리켜 '여자임이 틀림없는데 수염이 있으니 꼭 그렇다고는 못 하겠군'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If you can look into the seeds of time, And say which grain will grow and which will not, Speak then to me..
만약 너희들이 시간의 씨앗을 들여다볼 수 있어 어떤 씨가 자라고, 자라지 않을지를 안다면 내게도 말해 다오. 나는 호의를 구걸하지도, 악담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리라.
맥베스가 이후 두려워하는 당당한 뱅쿠오의 모습이다.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는 위엄이 있다.
Why do you dress me in borrowed robes?
그대들은 왜 내게 남의 옷을 입히는 거요?
Oftentimes, to win us to our harm, The instruments of darkness tell us truths, Win us with honest trifles, to betray’s In deepest consequence.
흔히 어둠의 앞잡이들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해코지할 목적으로 진실을 말하는 법이오. 즉, 사소한 진실로 우리의 마음을 산 뒤 중대한 일에서 우리를 속이는 것이오.
Present fears Are less than horrible imaginings:
무서운 상상에 비하면 눈앞의 공포는 아무것도 아닌 법.
Come what come may, Time and the hour runs through the roughest day.
올테면 와라. 비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불어도 시간은 흐르는 법이니.
To find the mind's construction in the face. He was a gentleman on whom I built an absolute trust.
얼굴만 보고 사람의 마음을 알 길은 없구나. 나는 그자를 절대로 믿었었다.
Stars, hide your fires; Let not light see my black and deep desires. The eye wink at the hand; yet let that be, Which the eye fears, when it is done, to see.
별들이여, 빛을 감추어라. 그 빛이 내 마음속 깊은 곳의 검은 욕망을 보지 않도록. 눈은 손의 행위를 외면하나, 그 일은 거행되어야 한다. 눈이 보기를 두려워할 그 일은.
양심에 찔려 자신이 할 일을 두려워하지만 야망이 더 비대하여 끔찍한 일을 저지르려 하는 인간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썬 별 욕망이 없는 나조차 이 대사를 보면 괜시리 찔린다.
Come, thick night, And pall thee in the dunnest smoke of hell, That my keen knife see not the wound it makes, Nor heaven peep through the blanket of the dark, To cry 'Hold, hold!'
어두운 밤이여, 어서 와서 그 음침하기 이를 데 없는 지옥의 연기로 너 자신을 휘어 감아라. 나의 날카로운 칼이 자신이 만든 상처를 보지 않도록, 밤의 장막을 통해 내려다본 하늘이 <멈춰라, 멈춰> 하고 외치지 않도록.
Your face, my thane, is as a book where men May read strange matters. To beguile the time, Look like the time; bear welcome in your eye, Your hand, your tongue: look like the innocent flower, But be the serpent under't.
여보, 당신의 얼굴은 수상한 것이 쓰여 있는 책과 같으세요. 사람들을 속이려면 남들과 같은 표정을 지어야 합니다. 당신의 시선에, 손길에, 언어에 환영의 뜻을 담으세요. 순진한 꽃처럼 보이시되, 그 밑에 도사리고 있는 뱀처럼 행동하십시오.
this even-handed justice Commends the ingredients of our poison'd chalice To our own lips.
공정한 정의의 여신은 우리가 부은 독배를 우리의 입술에 붓는다.
클로디어스가 마련한 독배를 그의 입에 들이부은 햄릿이 생각나는 대사.
Prithee, peace. I dare do all that may become a man. Who dares do more is none.
제발 그만하시오. 인간이 할 짓이라면 뭐든 하겠지만 그보다 더한 짓을 하려는 자는 인간이 아니오.
I have no spur To prick the sides of my intent, but only Vaulting ambition, which o'erleaps itself And falls on the other.
내 의도에 박차를 가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구나. 그저 야망만이 혼자 날뛰다 반대쪽으로 고꾸라질 뿐.
'박차'와 반대쪽으로 고꾸라진다는 말이 절묘했던 대사.
False face must hide what the false heart doth know
꾸민 얼굴로 거짓된 마음이 알고 있는 것을 감춰야 하오.
"마음속의 가식은 가면으로 가려야 한다오."라는 번역도 와닿았다.
제 2막
There's husbandry in heaven; Their candles are all out.
하늘이 참 인색하군, 촛불을 죄다 꺼버리다니.
뱅쿠오는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촛불이 꺼진 것으로 비유한다. 나중에 5막에서 맥베스는 허망한 인생을 빗대며 덧없는 촛불들 따위는 모두 꺼져버리라고 한탄한다.
“Sleep no more! Macbeth does murder sleep”—the innocent sleep, Sleep that knits up the raveled sleave of care, The death of each day’s life, sore labor’s bath, Balm of hurt minds, great nature’s second course, Chief nourisher in life’s feast.
이젠 잠을 자지 못한다. 맥베스의 잠은 죽었다고. 이 천진난만한 잠. 나날의 생명의 죽음인 잠, 대자연의 가장 좋은 요리인 잠, 생명의 첫째가는 영양분인 잠을!
A little water clears us of this deed.
가서 약간의 물로 손을 씻어 손에 묻은 더러운 증거를 없애 버리세요.
이후 맥베스 부인은 몽유병으로 계속 손을 씻는 동작을 취한다.
Will all great Neptune’s ocean wash this blood Clean from my hand? No, this my hand will rather The multitudinous seas incarnadine, Making the green one red.
내 손에 묻은 이 피를 바다의 모든 물로 씻어낼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이 손이 광대한 바닷물을 진홍빛으로 물들여 그 푸른 물을 붉게 만들 것이다.
약간의 물로 씻으라는 맥베스 부인과는 달리 맥베스는 바다의 모든 물로도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씻지 못할것이고 오히려 바다를 다 진홍빛으로 바꿀 것이라 말한다.
Marry, sir, nose-painting, sleep, and urine. Lechery, sir, it provokes and unprovokes. It provokes the desire, but it takes away the performance. Therefore much drink may be said to be an equivocator with lechery.
딸기코 만들기, 졸음, 오줌. 이 세 가지입죠. 음욕은 불러일으켰다가는 다시 잠재워 버리죠. 다시 말해 술이란 놈은 음욕을 부추기고는 그 실행 능력을 앗아 가버립니다. 그래서 과음은 색욕에 있어서는 사기꾼이라고 할 수 있습죠.
셰익스피어 비극에는 흔히 광대가 등장해 희극적으로 긴장을 완화시키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는 등장 인물들의 옷 갈아입을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장면에서 전혀 상관없는 음담패설을 하는 것처럼 대사를 넣어두었지만 사실 맥베스에서 'equivocator'(흐린, 모호한, 이중의 의미가 있는 말을 하는 사람)라는 단어를 쓴 것은 똑같이 흐린 말을 한 마녀들과 그들의 예언을 은유한 것이다. 색욕을 불러일으켜놓고 정작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술처럼, 마녀의 예언도 맥베스의 욕망을 부추기지만 결국 만족시키지 못한다.
제 3막
I am in blood Stepp’d in so far that, should I wade no more, Returning were as tedious as go o’er.
나는 너무 피에 젖은 나머지 더 이상 나아가기도 힘드오. 하지만 돌아가는 것은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일터.
제 4막
Time, thou anticipat’st my dread exploits. The flighty purpose never is o’ertook Unless the deed go with it. From this moment The very firstlings of my heart shall be The firstlings of my hand. And even now, To crown my thoughts with acts, be it thought and done:
시간이여, 내 무서운 계락을 알아차렸구나. 순간적인 계획은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법. 지금 이 순간부터는 마음에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바로 손이 행하게 하라. 지금 당장 내 생각에 행동이라는 왕관을 씌우리. 생각이 나면 행하는 것이다.
4막 3장, 로스의 대사
제 5막
I think, but dare not speak.
떠오르는 것은 있으나 감히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5막 5장, 맥베스의 대사
비겁하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기까지 매우 번뇌하던 고결한 양심의 맥베스는 결국 영혼이 텅 비어버린다. 공포의 맛을 거의 잃었다고 말하는 맥베스는 생명도, 영혼도 거의 잃은것처럼 보인다.
5막 5장, 맥베스의 방백
최고의 명대사.
That palter with us in a double sense; That keep the word of promise to our ear, And break it to our hope.
그것들이 우리의 귀에 약속의 말들을 속삭이고는 우리의 희망을 깨버리는구나.